한혜진의 바디북 내용 중 좋은 빗의 조건.
"모델 빗" 이라고 불리는 메이슨피어슨 브러시
내가 "모델 빗" 혹은 "백스테이지 빗" 이라고 부르는 빗이 있다.
이 빗을 갖게 된 사연은 좀 기구하다.
2006년 뉴욕에 있을때다.
컬렉션 둘째 날은 하루에 다섯 개의 패션쇼 무대에 서고,
쇼와 쇼 사이에 피팅과 캐스팅을 넘나 들어야 하는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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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제는 다른 쇼에 설때마다 헤어스타일도
드라마틱하게 바뀌었는데, 바로 그게 문제였다.
찰랑이는 단발머리로 바꾸려다 보니 헤어디자이너들은
엄청난 양의 제품을 내 머리에 뿌려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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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 날 아침. 거울속의 나를 보고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.
내 머리카락이 헤어 제품과 뒤엉켜 한 덩어리로
뭉쳐진 채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던 것이다!
빗을 죄다 빌려 빗어봤지만 엉킨 머리는 도무지
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. 하늘이라도 무너진 것 같았다.
매니저 에릭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내 얼굴을 보더니
놀라는 기색하나없이 내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.
"Do you have mason?"
메이슨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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점원이 나에게 조용히 건네준 물건을 다름 아닌 빗이었다.
"근데.. 뭐라고? 빗 하나에 90달러라고?"
내가 구입한 빗은 사이즈가 작은 휴대용 버전이다.
그날 마구잡이로 엉킨 내 머리카락을 순식간에 풀어주었다.
그리고 지금도 촬영장이나 쇼장까지 들고 다닐 정도로
소중한 물건이 되었다.
이후에도 엉킨 머리카락을 이 빗보다 더 잘 풀어주는 빗을 본 적이 없다.
빗는 동안 머리카락이 끊기는 현상도 다른빗에 비해 월등히 적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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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은 빗을 써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런 빗으로 머리를
빗기만 해도 풍성하게 볼륨이 살아나기 때문이다.
특히 웨이브 진 머리카락에 사용했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데,
가느다란 솔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공기구멍을 만들어주는 느낌이랄까?
오랜 세월 망가지지도 않고 여전히 제 할일을 척척 해내고 있으니,
그때 뉴욕에서 지불한 90달러는
나의 미래를 위한 운명적 투자였던 것이다.
사진 속 제품: 메이슨피어슨 브리스틀&나일론 헤어브러시
모델명: BN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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